2016년 4월 15일 금요일

미야모토 무사시와 믹 재거의 '기다림의 권력'



제가 불펜에 왜 무사시는 항상 결전에 늦게 등장하느냐고 물은 적이 있는데, 그때 댓글부신 분들은 그 또한 전략의 일부라는 말씀들을 해주셨습니다.

어제 이달 신동아를 읽다보니, 마침 '기다린다는 것'이라는 번역서적 리뷰에무사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해당부분만 발췌했습니다.
(와시다 기요카즈 저, 문학평론가 정여울)


기다리는 자가 이긴다

오지 않는 이를 기다리는 사람은 초조하다. '기다리는 쪽'과 '기다림을 당하는 쪽'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많은 사람이 '기다리는 쪽'보다는 누군가 나를 기다려주길 바랄 것이다. 기다림은 권력을 발생시킨다. 기다리는 쪽은 패배하기 십상이다. 기다리게 만드는 쪽이 관계의 열쇠를 쥐고 있다.

시바 료타로의 '미야모토 무사시'는 '기다림의 권력'을 생생하게 그린다. 미야모토 무사시와 사사키 고지의 칸류지마 결투에서 승리한 쪽은 상대를 기다리게 해 그 마음을 바작바작 타들어가게 한 쪽이었다. 무사시는 일부러 약속 시간을 어김으로써 기다림에 지쳐 잔뜩 긴장한 고지로가 더 이상 처음의 긴장 상태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게 했다. "승부는 한순간에 결정 났다(...) 고지로는 기다렸다. 그러나 기다림에 지친 그는 차마 끝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 이것이 무사시의 전략이었다. "  무사시는 전투에서 승리한 것이 아니라 '기다림'이라는 심리전에서 승리한 것이다.

상대방에게 권력을 휘두르고 싶어하는 많은 사람은 상대를 기다리게 한다. 연락을 기다리며 줄다리기를 하고, 약속 시간에 일부러 늦어 상대를 노심초사하게 한다. 록스타 믹 재거는 이같은 '기다림의 심리전'을 자신의 콘서트에 적용해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에 관객을 초주검으로 만들었다. 믹 재거가 이끈 롤링스톤스 공연에서는 한 시간 넘게 관객을 기다리게 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는 관객이 환상적이 공연을 기다리다 못해 거의 빈사 상태에 이를 때까지, 태연자약하게 트레일러 속에서 카나페를 먹으며 마리화나를 피우고 샴페인을 마셨다고 한다.

그렇게 관객을 '광적인 기다림'의 황홀경과 극도의 스트레스 상태로 밀어넣은 후에야 롤링스톤스는 계시처럼 나타나 기적처럼 공연을 마치고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크리스토퍼 앤더슨은 '믹 재거의 진실'에서 이렇게 말한다. "기다리게 하는 그의 기술은 일류였다. 언제까지 질질 끌면 관객의 기대가 최고조에 달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연주가 시작되기 전부터 관중이 활홍상태에 빠져 있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기다리는 것'의 저자가 바람직하게 여기는 기다림은 이렇듯 상대를 향한 공격적 심리전이 아니다. 그가 '기다림의 기술'로 추천하는 것은 초조함을 참고, 불안감을 이겨내고, 때가 무르익기를 조용히 바라보는 것, 온힘을 다해 기다리되 결과는 하늘에 맡기는 것이다. '떠들썩한 천지'라는 작품에는 '때를 기른다'는 표현이 나온다. "때를 기른다. 깊은 상처도 원숙한 주름으로 바꾸는 때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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